노란 책방

에볼루션 익스프레스(Evolution Express) - 생명의 진화

Bookteller-Andy 2023. 8. 2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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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과학교육학을 전공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주최한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후, 콘텐츠 제작에 강한 흥미를 느껴 컴퓨터 게임회사를 설립하고 8년 동안 흥미진진한 게임 개발에 열렬히 매진했다. 어린 시절 영화 〈스타워즈〉와 칼 세이건의 과학 강의 〈코스모스〉에 흠뻑 빠졌으며, 이후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 및 만화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그림과 이야기를 함께 구성하는 능력을 체득하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업을 성공시킨 이후에 다수의 과학 서적을 읽으며 뒤늦게 과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깨달은 그는, 딱딱하고 계산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문학만큼이나 감성적이고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읽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과학책을 쓰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생물 교사로 근무했으며, 주중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주말에는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며 작가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2012년 11월, 중력을 둘러싼 과학사를 관통하는 교양 만화 《그래비티 익스프레스》(초판 제목 《어메이징 그래비티》)를 발간했다. 이 첫 작품으로 ‘국내에서 나오기 힘든 그림 그리는 과학자의 출현’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교양도서,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분을 수상하는 등 학계와 평단,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2016년 게놈의 탄생과 과학적 발전을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로 승화시킨 《게놈 익스프레스》는 ‘일대 사건’이라는 평가 속에 출간되었다. 2018년 현대 과학의 핵심적 주제인 원자의 실체를 추적하는 《아톰 익스프레스》를 출간하며 이제까지의 작업에 방점을 찍었고, 2021년 진화의 비밀을 파헤치는 《에볼루션 익스프레스》로 한 차원 발전한 과학사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다. 과학적 지식을 흥미로운 스토리와 깊이 있는 내용으로 전달하는 작업이 무척이나 괴롭고 힘들지만 그만큼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고백하는 저자는 앞으로도 독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최고의 과학 만화책을 꾸준히 저술할 계획이다.


 

우주는 생명을 잉태하지 않았고, 인간을 포함한 생명계도 잉태하지 않았다.
거대한 우주의 무관심 아래 인간은 홀로 있다.

이 우주에서 인간은 우연히 나타난 것이다.

자크 모노

과학이 발전하자 사람들은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와 하늘에 뜬 구름의 기원을 알 수 있게 되었고,태양이며 까마득하게 멀리 있는 은하의 기원까지도 모조리 추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다양한 모습의 생물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가까운 존재인 우리 자신의 기원에 대해서는 깜깜이었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들은 남달랐다. 아무리 작은 미생물이라도 돌멩이나 구름과는 차원이 다르다. 생물은 뭔가 복잡하고 특별해 보인다.

생물 하나하나는 부모가 낳아서 생겨났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까마득한 과거로 간다면 생물은 여전히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했을까?

생물이 없던 세상과 생물이 있는 세상을 구분하는 생명의 시작점이 있었을까?

있었다면 생명체는 '어떻게' 존재하게 된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서 최근까지도 과학자들은 어떤 대답도 내놓을 수 없었다.


모든 생명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기원한다.

- 현재 모든 생물들은 사실은 모두가 친인척관계이다.

방황하던 젊은 다윈은 우연한 기회로 군함에 승선하여 세상을 탐험한다. 이 여행을 마치고 그는위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생물은 왜 단 하나 또는 몇 개 정도가 아니라, 수많은 종으로구분되어 있을까. 다윈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한다. 생물들은 우연히 세상의 곳곳으로 이주했고, 오랜 시간 동안 우연하게 서로 달라졌다. 현재의 모든 생물들은 모습이나 생태가 거의 천지차이로 다르지만, 사실은 모두가 친인척 관계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멀든 가깝든 서로의 공통조상을 뿌리로 두고 있다.

어떻게 어떤 원리로 생명체는 진화하는 것일까?

- 자연선택은 잔혹한 제거과정이다.

생명체는 공통조상을 근간에 두고 서로 달라졌다. 그런데 어떻게 달라졌단 말인가? 수천 년 전의 미라를 보면 고대인도 현재의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아무리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생물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생명체가 공통조상으로부터 달라지면서 진화했다는 것은 수많은 증거가 있는 분명한 사실이다. 어떻게? 어떤 원리로 생명체는 진화하는 것일까? 핀치의 부리는 어떤 원리로 서로 달라지게 되었으며, 두더지는 어떤 원리로 갈고리발을 얻게 되었을까?

다윈 이론의 좌절과 성공

다윈의 자연선택은 아직 가설에 머물고 있었다. 다양한 변이를 가진 생물이 태어나는 원리를 몰랐고, 변이들이 반드시 유전되는 것인지도 확실치 않았다. 다윈의 곁에는 믿을 만한 유전 이론이 없었다. 다른 많은 과학 이론들이 그랬듯이, 다윈의 자연선택은 흥미로운 학설 정도로 잊혀질 수 있었다. 다행히도 멘델의 유전 이론, 염색체의 발견, 유전 현상의 원리가 등장하고, 이것들은 쓰러져 가는 다윈의 자연선택을 일으켜 세운다. 새롭게 등장한 유전 이론은 다윈의 이론과 결합하여 생물 진화의 통합 이론으로 발전한다. 진화론에도 이론가의 전성시대가 시작된다.

가장 거대한 역사

원래 극소수 또는 하나의 형상에 몇 가지 능력과 함께 숨결이 불어 넣어졌고, 그 뒤 이 행성이 정해진 중력 법칙에 따라 계속 도는 동안에, 처음에 그토록 단순했던 것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경이로운 무수한 형상들이 진화해 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는 이런 생명관에는 장엄함이 있다.

- <종의 기원> 마지막 문장

우주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 표현은 다소 이상하다. 우주의 시작과 동시에 우리가 아는시간, 공간, 에너지, 힘 등등 모든 것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우주의 시작을 알려주는 시각이나 표시판을 흔히 떠올리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어딘지 이상한 데가 있다.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하는 것도 우리 인간이 정한 인식의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오늘날의 인간이 대체로 합의하는 방식으로 연구한 끝에 우주는 약 138억년 전쯤부터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천문학의 여러 관찰 자료를 토대로 한계산, 물질을 이루는 원자들의 비율 등 여러 가지 계산 결과가 이 숫자를 가리킨다. 우주의 과거는 현재와 결코 같지 않았으며, 지금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특별할 것 없는 태양계 안,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작은 행성에서 40억 년 전쯤에 현재 모든 생명체의 '최후의 조상’이 생겨났다고 추론한다. 최후의 조상이라고 하는 이유는 지구 탄생 이후 몇억 년 사이에 어떤 존재들이 생겨나서 진화하고 사라졌는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살아 있는 지구 생명체에게 유산을 남긴 유일한 마지막 조상이 대략 40억 년 전에 생겨났다는 것만 알 뿐이다. 이러한 장구한 역사를 어떻게 알았을까? 이 역사가 정말로 일어났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까?과학 이야기를 할 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표현은 아끼는 게 좋을 것이다. 과학적 사실은 항상 수정되고 때론 뒤엎어지곤 했다. 재미있는 것은 과감한 수정이 일어날 만한 발견을 과학자들은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 생물학이 말해주는 사실들

과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자 생물학자들은 아주 작은 세포 속 분자의 구조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으며 생명체의 경이로운 조직화 수준에 대한 경외심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생물의 세부적인 구조나 작동 과정에 어떤 기적이나 미스터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설명할 수있는 평범한 물리, 화학적 과정이 있었을 뿐이다. 생명이 신비로운 것은 신비로운 분자나 마법같은 세부 과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생명체라는 시스템의 놀라운 수준 때문이다. 그 정교함과 정확함만이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생명의 시스템은 구조상 애매하거나 때로는 오류가 일어날 여지가 있는 어설픈 구석이 존재하는데, 이 같은 미세한 틈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생명의 진화가 가능하려면 말이다. 박테리아부터 코끼리까지, 생물들의 구조는 제각기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 너무 정확하지도 너무 어설프지도 않은 적절한 정도로 정교했다. 누군가 그렇게 조정한 것도 아니다. 진화의 역사에서 그런 밸런스를 갖춘 녀석들이 살아남은 것뿐이다. 과거와 달리 과학자들은 생명체에게 신비한 분자나 신비한 현상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제 자신감을 갖춘다. 모르는 것은 여전히 많지만 결국에는 알아내리라는 것도 잘 알게 된 것이다.

진핵생물의 돌연변이는 대부분 아무런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 중립적이다 - 기무라 모토

 

진화의 개연성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생물은 종으로 구분되어 있다. 고양이는 고양이이고, 메뚜기는 메뚜기다.진화의 역사에서 영원한 종은 없다는 것도 잘 안다. 한때 아무리 번성했던 생물 종이었어도 모조리 멸종했다. 하지만 새로운 종이 생겨나는 일도 지속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오늘날 수많은 종들이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생물 종들은 대체로 암수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결국 죽는다는 운명을 피하지 못한다. 이러한 사실들은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실 생물은 본디 이러해야 한다는 진리는 어디에도 없다.

지구생물의 역사는 있을 법한 것이었을까?

생명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모든 세부 구조와 부분적인 과정들은 정확히 물리와 화학 법칙 아래 돌아가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은 분명히 과학의 법칙이 예상하는 그 모습, 당연히 있을 법한 그 모습 그대로다. 그런데 그 모습이 꼭 이러한 생명체의 형태였어야 했는가? 이건 중요한 질문이다. 현재의 생명체들이 존재하게 된 진화의 중요한 사건들은 정말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을까? 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높은 확률로 일어날 일이었을까? 혹시 생명의 조상이나 진핵세포의 모습이 지금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었을까? 또는 생명의 조상이나 진핵세포의 등장이 전혀 일어날 법한 일이 아니었을 수도 있을까?

중요한 사건은 거의 다 우연이다.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학뿐만 아니라 역사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 자크 모노

우리뿐인가?

우리는 생명체에 대해서 단 하나의 샘플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이런 형태의 생명체로 진화하는 것이 유일한 것인지, 유일하지는 않더라도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아는 유일한 생명체가 지구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계의 생명체가 발견되기 전까지 판단을 미뤄두고 있어야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일어난 생명의 역사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그 안에 해답이 있을지 모른다.

생명은 지구에서조차 단 한 번 일어난 유일한 사건의 연속이었다는 걸 배제할 수 없다. 지구는 생명 친화적인 행성이 아닐 수도 있다.

생명 그 엄청난 행운에 대하여

작가의 말

인간에 이르는 진화의 가지를 보면 인간은 20만년 전에 나타나 아직 얼마 지나지도 않은 유년기 생물 종에 불과합니다. 인간에 이를 수 있었던 어떤 특별한 과정도 찾아볼 수 없는 수많은 진화의 가지들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40억 년 동안 새로 등장했던 무수한 종들은 과거에 살았던 생존자들이며, 지금의 생물들은 과거에 살았던 생존자들의 유산을 지니고 오늘날을 살고 있는 생존자들니다. 운이 좋다면 한동안 후손을 만들면서 종의 정체성을 존속시킬 것입니다. 그래도 결국에는 운이 다하여 사라지겠지만요. 생물 진화에 대한 연구는 인간도 그렇고 모든 생물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모든 생물은 다들 각자 특이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습니다. 40억 년 전에 생물의 조상을 탄생시키고 그 후 생물을 진화하도록 한 우주의 법칙은 없습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원자와 분자들의 상호작용이나 유전체의 서열에는 공룡이 나타나도록 하거나, 인간이나 고래의 출현을 유도하는 작용은 없습니다. 우리의 우주는 지구에 생명체가 나타나서 잘 진화하게 하는 어떠한 보살핌도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지구의 생명체는 그런 무관심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어떤 목적도 없습니다.

처음 품었던 질문 그럼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요?그냥.. 여기에 있는 겁니다. 그저.. 대단히, 기막히게 운 좋게 여기에 살고 있습니다.

운이 좋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는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역설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히려 삶은 진정으로 가치 있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솟아오릅니다. 모든 생물은 극도로 작은 확률로 이 순간 여기에 살아 있다는 사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 오늘 하루를 보내는 느낌이 확 달라집니다. 의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추구하는 것입니다. 의미라는 것 자체가 원래부터 이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지구와 같이 유기화합물의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수소, 헬륨, 산소, 탄소 등 무기화합물들의 원소들로 가득찬 죽어있는 우주가 더 상식적인 우주이다.

지구의 생명체들은 우주적 관점에서는 너무도 비상식적이고 이상한 것이다.

우주 어딘가에서 무기화합물들이 유기화합물로 전이되어 생명활동을 하는 생명체가 되고,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우리 지구의 호모사피엔스와 통신으로 응답하는 날이 과연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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