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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 코스모스 [2] -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빅히스토리

Bookteller-Andy 2023. 8. 1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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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 Carl Edward Sagan, 1934~1996년

1934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우크라이나 이민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인문학 학사, 물리학 석사,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 대학교 의과 대학 유전학 조교수, 하버드 대학교 천문학 조교수,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 특별 초빙 연구원, 행성 협회의 공동 설립자 겸 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NASA의 자문 위원으로 보이저, 바이킹 등의 무인 우주 탐사 계획에 참여했고 과학의 대중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세계적인 지성으로 주목받았다.

행성 탐사의 난제 해결과 핵전쟁의 영향에 대한 연구로 NASA 훈장, NASA 아폴로 공로상, (구)소련 우주 항공 연맹의 콘스탄틴치올코프스키 훈장, 미국 천문학회의 마수르스키 상, 미국 국립 과학원의 최고상인 공공 복지 훈장 등을 받았다.

대표 저서로는 영어로 출판된 과학책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코스모스(Cosmos)』(1980년)와 퓰리처 상을 받은 『에덴의 용(The Dragons of Eden)』(1978년)이 있고, 영화화된 소설 『콘택트(Contact)』(1985년)가 있다. 이 외에도 『우주의 지적 생명(Intelligent Life in the Universe)』(1966년), 화성과 인간의 마음(Mars and the Mind of Man)』(1973년), 브로카의 뇌(Broca's Brain)』(1974년),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1994년),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The Demon Haunted World)』(1995년), 에필로그(Billions & Billions)』(1997년),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The Varieties of Scientific Experience)』(2006년) 등을 썼다. 평생 우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일구던 그는 1996년 12월 20일에 골수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은하와 은하 사이 빈 공간 그 공간은 참으로 괴이하고 외로운 곳이라서 그곳에 있는 행성과 별과 은하들이
가슴 시리도록 귀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허블 익스트림 딥 필드의 13색 합성 사진.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이루어진 모든 HUDF 관측과 XDF(eXtreme Deep Field) 관측을 종합한 결과이다. 소수의 거대 항성들을 제외하면 이 사진 안에 있는 대다수 발광원들은 저마다 수억~수천억 개의 항성들을 거느리고 있는 은하이다.

 

코스모스는 너무 거대하여 우리가 통상 사용하는 길이 단위인 미터나 마일로는 도무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미터나 마일은 지상에서 쓰기에 편리하도록 고안된 단위일 뿐이다. 천문학에서는 그 대신빛의 빠른 속도를 이용하여 거리를 잰다. 빛은 1초에 약 18만 6000마일 또는 거의 30만 킬로미터, 즉 지구 7바퀴를 돈다. 빛은 태양에서 지구까지 8분이면 온다. 그러므로 태양은 지구에서 약 8광분 만큼 떨어져 있다. 빛은 1년이면 10조 킬로미터, 약 6조 마일을 간다. 천문학자들은 빛이 1년 동안 지나간 거리를 하나의 단위로 삼아 1광년이라고 부른다. 광년은 시간을 재는 단위가 아니라 거리를, 그것도 엄청나게 먼 거리를 재는 단위이다.

지구는 우주에서 결코 유일무이한 장소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전형적인 곳은 더더욱 아니다. 행성이나 별이나 은하를 전형적인 곳이라 할 수 없는 까닭은 코스모스의 대부분이 텅 빈 공간이기 때문이다. 코스모스에서 일반적인곳이라 할 만한 곳은 저 광대하고 냉랭하고 어디로 가나 텅 비어 있으며 끝없는 밤으로 채워진 은하 사이의 공간이다. 그 공간은 참으로 괴이하고 외로운 곳이라서 그곳에 있는 행성과 별과 은하 들이 가슴 시리고 귀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우리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 더 많고 더 선명한 코스모스 사진들을 얻게될 것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우주먼지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중적외선으로 촬영한 '창조의 기둥' 두 번째 이미지. 우주 먼지 구름이 붉은 색조의 배경 앞에 으스스한 느낌의 푸른 색조로 빛나고 있다.(출처: NASA, ESA)

 

'딥 필드:SMACS 0723’, 2022년 7월12일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된 공식 발표에서도 이 사진이 첫머리를 장식했다. 딥 필드(Deep Field)는 아주 멀리 있는 심우주(深宇宙), 즉 깊은 우주를 일컫는다. ​

이 평면적인 사진 한 장에는 우주의 나이에 버금가는 시공간이 압축돼 있다. 우선 사진에서 스파이크처럼 선형 빛들이 뻗어나가는 천체를 볼 수 있는데, 이 천체들은 모두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 안에 있는 별들이다. 지구로부터 거리를 따지자면 가장 가까이 있는 천체들이다. 그다음으로 노란색 혹은 하얀색 타원형으로 눈을 돌려보자. 이 타원형들은 SMACS 0723이라는 은하단에 속해 있는 은하이다. SMACS 0723 은하단은 지구로부터 46억 광년 떨어져 있다. 이만치 떨어져 있으면 별로는 안 되고 별들이 모여 있는 은하 정도의 밝기가 되어야 관측이 가능하다. ‘딥 필드’ 사진이 원래 보려던 지점은 이 ‘SMACS 0723 은하단’인데, 그 방향에 있는 우리은하의 별들 7~8개가 앞에 걸리며 함께 찍힌 셈이다.

7600광년 떨어져 있는 ‘용골자리 성운’의 가장자리 일부이다(7600광년이란 빛의 속도로 이동할 때 7600년이 걸리는 거리라는 뜻이다). 별은 먼지구름이라 할 수 있는 성운 속에서 우주먼지들이 뭉쳐지며 생겨나는데, 용골자리 성운은 남반구 밤하늘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포밍(star forming·별 생성) 성운으로 ‘별들의 요람’이라 불린다. 이 사진 속 별들은 그야말로 ‘갓 태어난 별’이라고 할 수 있다. 용골자리에서는 태양보다 더 큰 거대한 별들이 탄생한다. 파란색을 띤 별들이 그중에서도 더 무겁고 뜨겁다.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이 신생 별들 주위로는 수백만 개 행성이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별은 먼지구름(성운)에서 생겨나 먼지구름으로 돌아간다. 용골자리 성운이 별의 탄생을 찍었다면 ‘남쪽 고리성운’은 별의 최후를 보여준다. 죽음을 앞둔 별은 팽창하기 시작한다. 태양의 경우는 점점 커져 수성, 금성을 잡아먹고 지구 코앞까지 팽창할 것으로 천문학자들은 계산한다. 최대 크기에 도달하면 별은 ‘펑’ 하고 가스를 방출한다. ‘펑’ ‘펑’ 하면서 가스를 내보낼 때마다 별은 작아지고 작아지다 마지막에 백색왜성의 단계로 쪼그라든다.
웹 우주망원경으로 포착한 135억 년 전 은하인 GLASS-z13. 우주가 탄생한 지 3억 년 지난 시점에 탄생한 은하다.(출처/NASA)제임스웹은 수레바퀴 은하의 전체적인 형태(위쪽 사진)는 물론 내부 구조까지 포착해냈다. 이는 2018년 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었을 때(아래 사진) 우주먼지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던 구조다.(출처/NASA)
 
제임스웹이 포착한 목성과 고리, 위성들의 이름.(출처/NASA, ESA, CSA, Jupiter ERS Team)

 

우주 생명의 푸가
찌(Floater)라는 이름을 붙힌 이 생명체들은(목성생명체 상상도) 끝없는 나락과 엄청난 대기압이 존재하는 이 행성의 특성에 걸맞게 진화된 생명체들이다.목성형 행성들을 구성하고 있는 공통적인 대기 성분은 수소,헬륨, 메탄, 수증기, 암모니아 등이다. 이러한 기체 행성들은 그 고도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대기압이 극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기체의 압력에 따른 온도의 상승 역시 극적으로 높아진다. 따라서 이 행성에 사는 생명체들은 중력에 무작정 순응하다가는 바짝 타 버리거나, 납작하게 찌그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생물학은 물리학보다 역사학에 더 가깝다. 현재를 이해하려면 과거를 잘 알아야 하고, 그것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야만 한다. 역사학에 예견론이 없는 것처럼 생물학에도 확립된 예견론이 없다. 이유는 양쪽 모두 같다. 연구 대상들이 너무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물학과 역사학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타자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외계 생명에 관한 단 하나의 예만 연구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하나가 아무리 미미한 수준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생물학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될 것이다. 적어도 우리와 다른 생물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는가? 외계 생물에 대한 탐구가 중요하다고 누구나 말하지만, 우리는 외계 생명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계의 생명은 우리가 추구할 궁극의 목표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껏 지구라는 작은 세상이 들려주는 생명의 음악만 들어 왔다. 이것은 우주를 가득 채운 생명들이 연주하는 푸가의 한 성부만을 들어 온 셈이다. 자 이제 저 웅장한 우주 생명의 푸가의 남은 성부들에 귀를 기울여 보자.

 

은하 대백과사전 중에서
각 부분을 구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색깔을 넣은 아레시보 메시지. 실제 메시지는 이진수로 되어 있어 색깔에 대한 정보가 없다.

 

아레시보 메시지, 1974년 11월 16일 아레시보 전파 천문대에서 M 13 구상성단을 향해 인류의 중요한 메시지가 발송됐다. M 13은 태양계에서 2만500광년 떨어져 있는 구상성단으로서 은하수 은하의 원반에서 위로 높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성간·소광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아레시보성간메시지는 총 1,679비트로 구성돼있다. 그런데 1,79는 소수73,23곱으로 주어지는 특별한 숫자이다. 신호를 수신한 측에서 1679이 갖고 있는 이러한 특성에 착안한다면, 그들은 강약의 비트 시계열 정보를 23칸, 73줄로 나열하여 옆에 실린 사진과 같은 그림을 만들어 볼줄 알 것이다. 맨 윗줄에 0에서 9까지의 수를 이진법으로 표시했다. 둘째 줄은 인체를 구성하는 주요 원소인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의 원자 번호이다.초록색과 파란색 블록들은 같은 방식으로 DNA의 핵산과 인산당의 분자 구조를 각각 나타낸 것이다. 이 사진에 빨간색으로 표현된 부분이 사람의 모습이다. 그 위 가운데에 있는 흰색 그림은 사람의지를 실어보내는 데 쓰인 전파의 파장인 12.6센티미터를 단위로 하여 표시한 사람의 키이다. 노란색 그림은 빨간색의 생물이라색 그림이 성간메시지를 쏘아 보낸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의 모양이다. 이망원경의 구경이 두개의 흰색평형선 사이에 적혀있다. 단위는 역시 앞에서 이야기한 파장이다.

유전자를 구성하는 핵산의수를 표시한 것이다. 사람의 오른쪽에 지구 인구를 나타냈다. 그 왼쪽에 있는 흰색블록은 이메시 맡고 있는 행성계를 뜻하는데, 그중 세번째 노란색점을 특별하게 표시하여 세번째 행성 즉 지구의 특수성을 보여주었다.

드레이크 방정식. 드레이크 방정식은 인간과 교신이 가능한 지적인 외계생명체의 수를 계산하는 방정식이다.​ SETI계획의 창시자격 인물인 프랑크 드레이크 박사가 고안한 식이라서 이렇게 불린다.

 

쉽게 말해 생명이 살 수 있는 지구형 행성들에서 거의 늘 생명이 발생한다고 보고 그 값을 ‘비관적으로’ 잡는다면 우리 은하에는 대략 1천 개의 문명이 흩어져 있을 것이다. 그 문명들은 신속하게 소멸하기 때문에 두 문명이 동시에 활동할 수 없으며 문명들 사이의 거리는 수천 광년이다.이 말은 우주에서 많은 외계인들이 발견될수록 우리의 기대수명도 높다는 것이고 아무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우리 문명의 앞날도 어둡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은 우리의 앞날이 밝다는 근거를 찾기 위해서라도 외계 문명 탐지에 열을 올리게 된다.

드레이크는 생명이 발생할 수 있는 행성이라면 거의 필연적으로 실제로 발생하며, 신호를 보낼 정도로 지적인 생명체가 발생한다고 보았다. 즉, fl, fi, fc의 값이 모두 1에 충분히 가까워 N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외계 문명의 존재가 발견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L값을 제외한 앞의 값들이 예상보다 훨씬 작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되는 것이 바로 희귀한 지구 가설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의 수든 지적 생명체가 진화할 확률이든 드레이크의 초기 추정보다 훨씬 낮다고 주장한다. 물론 수치를 알 수 없는 변수가 많으므로 어떤 추정이 옳은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2012년에 나온 드레이크 방정식의 값은 2.3이다.

그러나 인류의 우주탐사는 이제 발걸음을 막 뗀 것이나 다름없으니 앞으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할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보이저 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Voyager Golden Record)' 출처: NASA.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는 2012년 8월, 발사한지 35년 만에 인공물로서는 최초로 태양계의 경계선인 태양권계(Heliopause)을 넘어 성간우주로 들어섰습니다. 보이저 2호 역시 몇 년 후면 태양권계면에 도달할 예정입니다. 보이저 호는 인류가 우주의 가장 먼 곳까지 보낸 탐사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보이저 1, 2호에는 모두 특별한 편지가 실렸습니다. 확률이 아주 낮긴 하지만 외계인과 마주할 경우를 대비한 '외계인에게 보내는 편지'가 들어있습니다. 금으로 도금된 약 30cm 크기의 '골든 레코드(Voyager Golden Record)' 인데요. '인류 베스트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골든 레코드의 내용물은 코넬대학교의 칼 세이건 박사가 위원장으로 있는 NASA 위원회가 선정했습니다. 칼 세이건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115개의 이미지와 파도, 바람, 번개, 새, 고래, 다른 동물들이 만드는 다양한 자연적인 소리들을 모았습니다. 또 각기 다른 문화와 시대의 음악을 선곡해 추가했고 지구인들이 55개의 언어로 인사도 들어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115개의 이미지는 아날로그 형태로 암호화 돼 있으며 레코드의 나머지 부분은 오디오로 제작됐습니다.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줄까?
리처드슨 곡선. 가로축은 전쟁의 등급을, 세로축은 주어진 등급의 전쟁이 일어날 때까지의 평균 기간을 나타낸다.

 

이 그림은 1820년부터 1945년까지 있었던 전쟁에 관한 자료를 리처드슨이 정리·분석한 결과이다. 인구 10만 명이 희생되는 분쟁이 전쟁 등급 M5인 전쟁이다. 10등급 전쟁에서 100억의 인명 피해가 예상되므로, 이 규모의 전쟁이라면 지구상의 전인류를 한꺼번에 멸망시킬 수 있다. 리처드슨 곡선의 단순 외삽에서 우리는 M10의 전쟁이 일어날 때까지 약 1,000년의 시간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1820+1000=2820년)

"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 트리니티 핵실험이 끝난 뒤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를 인용하며 남긴 말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핵무기의 확산 속도를 고려한다면 리처드슨 곡선은빗금친 부분으로 이동돼야 한다. 그렇다면 최후 심판의 그날이 오싹할 정도로 앞당겨진다. 리처드슨 곡선은 우리가 앞으로하기에 따라 그 모양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세계 모든 나라가 핵무기의 해체를 기본 정신으로 존중하고, 하나의 행성일뿐인 지구상에서 우리가 이룩한 인류 공동체의 기본 구조를 근본에서부터 바꿀 생각을 한다면, 리처드슨 곡선의 모양은 우리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구는 우주에 떠있는 창백한 푸른 점 하나
61억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한 지구의 사진. 태양 반사광 속에 있는 가운데 희미한 점이 지구이다.

 

칼 세이건은 보이저 계획의 화상 팀을 맡았고 이 사진도 칼 세이건의 주도로 촬영된 것이었다. 세이건은 자신의 저서에서,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 라고 밝혔다. 이런 의도로 그는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릴 것을 지시했다.

많은 반대가 있었으나, 결국 지구를 포함한 6개 행성들을 찍을 수 있었고 이 사진들은 '가족 사진'이라고 불린다. 다만 수성은 너무 밝은 태양빛에 묻혀 버렸고, 화성은 카메라에 반사된 태양광 때문에 촬영할 수 없었다. 지구 사진은 이들 중 하나이다.

"여기가 우리의 보금자리고
바로 우리입니다.

이곳에서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가 알고
우리가 들어 봤으며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람이 살았습니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
우리가 확신하는 수천개의 종교와 이념, 경제체제
모든 사냥꾼과 식량을 찾는 이들

모든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모든 왕과 농부
모든 사랑에 빠진 연인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
촉망받는 아이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스승과 부패한 정치인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의 지도자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이...

태양 빛 속에 떠다니는
저 작은 먼지 위에서
살다 갔습니다.

지구는 코스모스라는 거대한 극장의
아주 작은 무대 입니다.

그 모든 장군과 황제들이
아주 잠시동안
저 점의 작은 부분의 지배자가 되려 한 탓에 흘렸던
수많은 피의 강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저 점의 한 영역의 주민들이
거의 분간할 수도 없는
다른 영역의 주민들에게
끝없이 저지르는
잔학행위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이 얼마나 자주 불화를 일으키고
얼마나 간절히 서로를 죽이고 싶어하며
얼마나 열렬히 증오하는지...

우리의 만용
우리의 자만심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창백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우리 행성은 사방을 뒤덮은 어두운 우주 속의
외로운 하나의 알갱이입니다.

이 거대함 속에 묻힌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부터 구해 줄 이들이
다른 곳에서 찾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지구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로는
생명을 품은 유일한 행성입니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 종이 이주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다른 세계를 방문할 순 있지만
정착은..
아직 불가능하죠.

좋든 싫든..
현재로선 우리가 머물 곳은
지구뿐입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면
사람이 겸손해지고
인격이 함양된다는말이 있죠.

멀리서 찍힌 이 이미지만큼
인간의 자만이 어리석다는 걸
잘 보여 주는 건 없을 겁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 좀 더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보금자리인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히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죠."

- by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행성 지구 평화를 위하여..

코스모스가 단순히 우주과학 이론만을 설명하는 책이었다면 60개국 이상에서 번역되고 1,000만 부 이상 팔리진 않았을 것이다. 칼 세이건은 인류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한 이 책은 과학책이면서 철학책이기도 하다.

코스모스는 1980년에 출간되었지만 여전히 경이롭다. 우주가 어떻게 시작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재의 끝없는 우주가 완성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단순히 그 과정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두고 인간이 느끼는 경이로움까지 담았다. 과학은 계속 발전하고 지식은 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두고 인간이 느끼는 경이로움은 영원하고, 경이로움은 바뀌지 않는다. 그것이 코스모스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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